인공지능 기반 디지털 모사물 규제에서 퍼블리시티권 확장과 별도 입법의 선택 기준: 한국·미국·유럽의 입법 동향 비교와 한국형 혼합 규율 모델의 제안
인공지능 기반 디지털 모사물 규제에서 퍼블리시티권 확장과 별도 입법의 선택 기준: 한국·미국·유럽의 입법 동향 비교와 한국형 혼합 규율 모델의 제안
1. 서론
1.1 탐구 동기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은 실제 가수나 배우가 하지 않은 노래와 연기, 광고 출연 장면까지 정교하게 만들어 낼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과거에는 유명인의 사진이나 이름을 무단으로 광고에 사용하는 문제가 주로 논의되었다면, 이제는 목소리와 표정, 말투와 연기 리듬까지 학습한 뒤 새로운 실연을 만들어 유통하는 일이 현실의 법적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물은 흔히 디지털 모사물이라 불리며, 단순한 모방이나 패러디와 달리 일반인이 실제 당사자의 참여나 동의를 오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복합적인 쟁점을 낳는다. 특히 디지털 모사물은 한 사람의 외모나 음성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당사자가 실제로 하지 않은 발언과 가창, 연기를 마치 사실처럼 보이게 만들 수 있어 인격 훼손과 경제적 손실, 직업 기회 감소의 우려가 동시에 제기된다.
정치와 법 과목에서 배우는 기본권 보장, 법치주의, 권리 충돌의 조정, 새로운 사회문제에 대한 입법 형성의 과정은 이 문제와 긴밀하게 연결된다. 디지털 모사물 문제에서는 한편으로 인격권, 직업의 자유, 재산적 이익 보호, 인간의 존엄성이 놓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표현의 자유, 예술의 자유, 기술 혁신의 자유가 놓인다. 따라서 법은 어느 한쪽을 단순히 우선시하기보다, 무엇을 보호 대상으로 삼고 어떤 경우에 동의를 요구하며 어디까지 예외를 인정할 것인지 정교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기존의 퍼블리시티권 법리만 확장하면 충분한지, 아니면 디지털 모사물의 기술적 특수성을 반영한 별도의 입법이 필요한지는 바로 이러한 조정의 핵심 질문이다.
이 주제를 탐구 대상으로 삼은 까닭은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 법이 기존 권리 체계를 해석으로 넓혀 대응하는지, 아니면 새로운 권리와 규제 구조를 별도로 설계하는지를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모사물은 초상과 성명 같은 전통적 인격 표지의 무단 사용과 닮아 있으면서도, 실제 존재하지 않았던 실연을 인공지능이 생성한다는 점에서 더 넓은 문제를 포함한다. 따라서 한국과 외국의 입법 동향을 함께 검토하면, 어떤 제도 설계가 기술 변화에 더 적합한지 판단할 수 있다고 보았다.
1.2 연구 목적
본 연구의 목적은 인공지능 기반 디지털 모사물에 대한 법적 규율 방식을 비교하여, 퍼블리시티권 확장과 별도 입법 가운데 어떤 접근이 더 타당한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첫째, 디지털 모사물이 기존 인격권 및 퍼블리시티권 법리와 어떤 점에서 연결되고 어떤 점에서 구별되는지 정리한다. 둘째, 한국의 현행 법체계가 디지털 모사물로 인한 인격적·경제적 피해를 어느 범위까지 보호할 수 있는지 검토한다. 셋째, 미국과 유럽의 최근 입법 동향을 비교하여 보호 대상, 규율 방식, 동의 요건, 사후 보호, 예외 조항, 집행 방식의 차이를 분석한다. 넷째, 이 비교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에서 실효성과 권리 균형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입법 방향을 제안한다.
이 연구는 단순히 각국 제도를 나란히 소개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오히려 기술 변화 앞에서 법이 어떤 기준으로 기존 권리 체계를 확장하고, 어떤 경우에 별도의 규범을 창설하는지가 드러나는지를 살피는 데 의미가 있다. 이는 정치와 법 교과에서 다루는 제도 설계와 기본권 조정의 논리를 실제 사례에 적용해 보는 탐구이기도 하다.
1.3 연구 질문
본 연구는 다음 세 질문을 중심으로 전개하였다. 첫째, 디지털 모사물은 기존 퍼블리시티권의 확장만으로 충분히 규율될 수 있는가. 둘째, 한국과 외국은 디지털 모사물을 어떤 법적 개념과 제도 구조로 보호하려 하고 있는가. 셋째, 한국에서 적절한 규율 방식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어떤 판단 기준이 필요한가.
1.4 연구 범위와 제한
본 연구는 인공지능이 생성한 가수와 배우 등 실연자의 음성, 외모, 동작, 연기 재현 사례를 중심으로 다룬다. 따라서 일반적인 딥페이크 범죄 전체나 저작권 전반을 포괄하지 않고, 디지털 모사물 규제와 퍼블리시티권 또는 인격권 보호의 접점을 중심으로 범위를 제한하였다. 비교 대상은 한국, 미국, 유럽으로 한정하였으며, 세부 판례를 전면적으로 망라하기보다 최근의 입법 동향과 제도 설계 방향을 보여주는 자료에 집중하였다.
2. 이론적 배경
2.1 교과 연계와 법치주의적 관점
정치와 법에서 법은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강제 규범이면서 동시에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장치로 이해된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법은 먼저 기존 규범의 해석을 넓혀 대응할 수 있고, 그 방식만으로는 부족할 경우 새로운 입법을 통해 보호 구조를 설계할 수 있다. 디지털 모사물 문제는 바로 이 두 길이 동시에 제기되는 사례이다. 인간의 성명과 초상, 음성과 같은 인격 표지가 데이터로 변환되고, 이를 바탕으로 실제와 유사한 새로운 표현물이 생성된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권리 구도가 흔들린다. 따라서 단순한 사생활 보호나 명예훼손 법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인격권과 재산적 이익, 표현의 자유와 공익적 정보 유통이라는 복합적 틀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법치주의의 관점에서 보면 규제는 추상적 구호가 아니라 예측 가능한 기준을 가져야 한다. 디지털 모사물 규제에서도 무엇이 보호 대상인지, 어느 경우에 사전 동의가 필요한지, 보도와 비평, 패러디와 교육적 이용에 대한 예외는 어디까지 인정되는지, 금지 청구와 손해배상, 삭제 요청은 어떤 요건에서 가능한지가 분명해야 한다. 기준이 지나치게 모호하면 권리자는 구제를 받기 어렵고, 반대로 기준이 지나치게 넓으면 합법적 창작과 비평까지 위축될 수 있다. 결국 핵심은 규제의 강도보다 규범의 정밀성에 있다.
2.2 퍼블리시티권의 개념과 기능
퍼블리시티권은 일반적으로 개인의 성명, 초상, 음성, 서명, 캐릭터적 이미지 등 인격 표지가 가지는 경제적 가치를 스스로 통제하고 이용을 허락할 수 있는 권리로 이해된다. 이 권리는 특히 대중적 인지도를 가진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방송인에게 중요하게 작동해 왔다. 이들의 인격 표지는 단순한 자연적 특성이 아니라 사회적 명성과 노동의 축적을 통해 형성된 경제적 자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3자가 이를 무단으로 상업적으로 이용하면, 당사자는 자신의 명성과 시장 가치에 대한 통제력을 잃게 된다.
퍼블리시티권은 인격권적 측면과 재산권적 측면을 동시에 지닌다. 인격권적 측면에서는 자신의 동일성과 결부된 표지가 함부로 이용되지 않을 통제권이 강조된다. 재산권적 측면에서는 광고와 방송, 공연과 라이선싱 계약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경제적 자산이라는 점이 강조된다. 이 이중성은 디지털 모사물 문제에서 더욱 중요해진다. 왜냐하면 인공지능이 만든 가창이나 연기는 단순히 시장 가치만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하지 않은 실연이 당사자의 정체성과 결합되어 유통되기 때문이다.
다만 퍼블리시티권에는 한계도 있다. 국가마다 인정 범위와 법적 근거가 다르고, 전통적 논의는 대체로 초상과 성명, 음성의 상업적 오인 이용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그러나 생성형 인공지능은 전혀 새로운 장면과 음성을 만들어 내므로, 기존 퍼블리시티권의 보호 단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가 불명확해진다. 얼굴만인가, 목소리도 포함하는가, 몸짓과 연기 스타일까지 포함하는가, 단순한 닮음과 식별 가능한 복제는 어떻게 구분하는가와 같은 문제가 생긴다. 이 지점이 별도 입법론이 등장하는 배경이다.
2.3 디지털 모사물의 개념과 법적 특수성
디지털 모사물은 실존 인물의 식별 가능한 외모, 음성, 동작, 말투, 연기 톤, 퍼포먼스 양식 등을 디지털 기술이나 인공지능으로 재현하거나 생성한 결과물을 의미한다. 여기서 핵심은 단순한 유사성이 아니라, 일반인이 당사자를 연상하거나 실제 참여를 오인할 정도의 식별 가능성이다. 미국 입법 논의에서는 digital replica라는 용어가 자주 사용되며, 본 연구에서는 이를 디지털 모사물이라는 표현으로 통일하였다.
디지털 모사물은 기존 초상권 침해와 비교할 때 몇 가지 점에서 특수하다. 첫째, 실제 촬영이나 녹음이 없어도 생성이 가능하다. 둘째, 복제 범위가 넓다. 얼굴 이미지뿐 아니라 표정의 전개, 발성 습관, 창법, 연기 템포까지 재현할 수 있다. 셋째, 대량 생성과 유통 속도가 매우 빠르다. 플랫폼을 통해 유사 콘텐츠가 동시에 퍼질 수 있어 사후적 손해배상만으로는 피해 회복이 어렵다. 넷째, 경제적 대체 효과가 크다. 제작자는 실제 배우나 가수를 섭외하지 않고도 비슷한 소비 효과를 얻을 수 있어 당사자의 직업 기회와 협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이러한 특수성 때문에 디지털 모사물은 단순한 인격 침해를 넘어 노동시장과 계약 질서, 플랫폼 책임 구조까지 함께 건드린다. 따라서 정의 규정, 동의 원칙, 금지 청구, 표시 의무, 유통 통제, 예외 사유를 포괄하는 종합 설계가 필요해진다.
2.4 표현의 자유와 권리 보호의 충돌
디지털 모사물 규제는 필요성이 크다고 해서 전면적 금지로 해결될 수 없다. 민주사회에서 표현의 자유와 예술의 자유는 핵심적 기본권이다. 공적 인물에 대한 풍자와 패러디, 보도와 다큐멘터리, 역사적 재현은 일정 범위에서 넓게 보장되어야 한다. 만약 법이 디지털 모사물의 정의를 지나치게 넓게 설정하고 예외를 협소하게 두면, 정당한 창작과 공익적 표현까지 위축될 수 있다. 반대로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동의 없는 인격 재현을 폭넓게 허용하면, 실연자의 명성과 노동이 무단으로 소비되고 허위 정보와 오인이 확대된다. 결국 법은 상업성, 오인 가능성, 식별 가능성, 해악의 정도, 공익성, 변형성 등을 기준으로 세분화된 판단 구조를 가져야 한다.
3. 연구 방법
3.1 연구 설계
본 연구는 문헌 조사와 비교법 분석을 결합한 질적 탐구이다. 연구 질문에 답하기 위해 크게 세 단계를 거쳤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퍼블리시티권과 디지털 모사물의 개념적 관계를 검토하였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한국, 미국, 유럽의 규율 방식을 일정한 비교 기준 아래 표로 정리하였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비교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형 입법 방향을 논의하였다. 이 연구는 실험이나 설문보다 법제 비교와 규범적 해석이 중심이므로, 연구 방법에서 무엇을 어떤 기준으로 비교했는지가 중요하다.
3.2 자료와 선정 기준
자료는 공신력과 최신성, 접근 가능성을 기준으로 선정하였다. 한국 자료로는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제공한 해외 저작권 동향 자료와 KCI 수록 논문, 대학 기관 리포지터리 자료를 활용하였다. 미국 자료로는 미국 의회 공식 사이트에 공개된 NO FAKES Act 법안 원문과, 테네시주의 ELVIS Act 관련 기사 및 해설 자료를 참고하였다. 유럽 자료로는 EU AI Act 관련 공개 설명 자료와 국제 법조계 단체의 해설 자료를 활용하였다. 기사 자료는 정책 흐름을 파악하는 보조 자료로 제한적으로 사용했고, 법안 원문과 공공기관 자료를 우선 검토하였다.
또한 확인이 어려운 온라인 2차 요약문은 제외하였고, 디지털 모사물과 직접 연결되지 않은 일반 딥페이크 범죄 자료는 초점을 흐릴 수 있어 최소한으로만 참조하였다. 이와 같은 제한은 탐구 범위를 선명하게 유지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3.3 비교 기준과 분석 절차
비교 기준은 여섯 가지로 설정하였다. 첫째, 보호 대상이다. 성명과 초상, 음성에 그치는지, 동작과 연기 스타일 등 확장된 인격 표현까지 포함하는지를 살폈다. 둘째, 규율 방식이다. 기존 퍼블리시티권의 확장인지, 디지털 모사물에 특화된 별도 입법인지, 또는 개인정보·AI 투명성 중심의 간접 규율인지 구분하였다. 셋째, 동의 요건이다. 이용 이전의 명시적 동의를 요구하는지, 계약에 의한 포괄적 허락이 가능한지, 동의 없는 이용을 어떤 범위에서 금지하는지 확인하였다. 넷째, 사후 보호이다. 사망한 인물에 대해서도 일정 기간 권리를 인정하는지 살폈다. 다섯째, 예외 조항이다. 보도와 패러디, 풍자, 역사적·전기적 표현, 공익적 이용에 대한 예외가 확보되어 있는지 검토하였다. 여섯째, 집행 방식이다. 손해배상과 금지 청구, 삭제 요청, 플랫폼 책임, 표시 의무 등 구제 수단의 다양성을 비교하였다.
분석 절차는 먼저 각국 자료에서 핵심 제도 요소를 추출하여 비교표를 작성한 뒤, 표에서 드러난 차이를 권리 중심 모델, 규제·투명성 중심 모델, 분산 보호 모델이라는 세 범주로 해석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이때 표의 차이를 단순한 우열 비교가 아니라, 각국이 디지털 모사물을 무엇으로 이해하는지의 차이로 읽으려 하였다.
4. 결과
4.1 국가별 입법 비교표
| 비교 기준 | 한국 | 미국 | 유럽 |
|---|---|---|---|
| 보호 대상 | 초상, 성명, 음성 등에 대한 보호가 민법, 판례, 개별 법률에 분산되어 있으며 디지털 모사물 자체를 통합적으로 정의한 명문 규정은 제한적이다. | 음성, 이미지, 디지털 복제물 등 식별 가능한 인격 표현을 명시적으로 규율하려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 디지털 모사물 자체의 독점권보다 인격권, 개인정보, 딥페이크 표시와 투명성 문제를 중심으로 접근한다. |
| 규율 방식 | 퍼블리시티권 법제화가 완결되지 않았고 기존 법률의 조합과 판례 해석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 주법상의 퍼블리시티권 전통을 토대로 AI 대응 입법을 추가하거나 연방 차원의 별도 법안을 추진한다. | 퍼블리시티권 확장보다 AI 규제, 개인정보 보호, 인권 보호 규범을 통한 간접 규율 비중이 높다. |
| 동의 요건 | 통합적 명문 기준이 부족하여 사전 동의의 범위와 방식이 분야별로 불명확하다. | 사전 동의와 무단 사용 금지를 비교적 명시적으로 규정하려는 입법 흐름이 나타난다. | 동의 개념과 함께 생성물의 고지, 투명성, 오인 방지 장치가 강조된다. |
| 사후 보호 | 사망 후 권리의 주체와 기간에 대한 체계적 명문화가 약하다. | 일부 주법에서 사후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며, 디지털 복제 보호와 연계하려는 논의가 활발하다. | 회원국별 편차가 크며 통일적인 사후 보호 체계는 상대적으로 약하다. |
| 예외 조항 | 보도, 비평, 예술 표현에 대한 기준이 법률 전반에 분산되어 있다. | 표현의 자유와의 균형을 고려하여 패러디, 보도, 공익적 표현 예외를 함께 논의한다. | 공익, 정보 제공, 기본권 균형을 중시하며 전면 금지보다 조정 모델을 선호한다. |
| 집행 방식 | 민사상 손해배상과 금지 청구 가능성이 논의되나 삭제 요청과 플랫폼 책임의 체계화는 미흡하다. | 손해배상, 금지 청구, 유통 제한, 계약 기반 통제 등 집행 수단의 다양화가 추진된다. | 표시 의무, 플랫폼 규제, 개인정보 보호 집행 구조를 통한 통제가 상대적으로 강조된다. |
표 1 해설 위 비교표는 디지털 모사물 규제가 각국에서 서로 다른 법적 언어로 설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은 권리 침해의 측면을 강하게 전면화하고 있고, 유럽은 정보 질서와 인권 보호의 측면을 상대적으로 앞세우며, 한국은 여러 규범이 부분적으로 작동하는 가운데 통합적 기준이 부족한 상태에 가깝다.
4.2 한국의 입법 현황과 공백
한국에서는 디지털 모사물을 정면으로 정의하고 통합적으로 규율하는 독립 법제가 아직 충분히 정비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실무적으로는 민법상 인격권 보호, 초상과 성명의 무단 이용에 대한 불법행위 책임, 부정경쟁방지법상 성과 모용 관련 규정, 저작권법상 실연 보호와 같은 여러 규범이 부분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규범들은 보호 대상과 요건이 서로 다르므로, 인공지능이 생성한 음성·영상 복제물의 광범위한 문제를 일관되게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저작권법은 실연과 저작물의 보호에 강점을 가지지만, 실존 인물의 얼굴이나 목소리 자체를 일반적으로 포괄하는 제도는 아니다. 부정경쟁방지법은 타인의 성과를 공정한 상거래 관행에 반하여 이용하는 행위를 규율할 수 있으나, 모든 디지털 모사물이 경쟁 질서 침해라는 틀에만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민법상 인격권은 피해 구제의 중요한 도구이지만, 디지털 모사물의 정의와 식별 가능성 기준, 플랫폼상의 대량 유통 책임까지 구체적으로 다루지는 못한다. 결국 한국은 분산 보호 모델에 가깝고, 해석론에 의존하는 영역이 넓다.
이 구조는 실질적 문제를 낳는다. 권리자와 이용자 모두 예측 가능성이 낮아 어떤 사용이 허용되고 금지되는지 분명하지 않다. 또한 디지털 모사물은 플랫폼에서 빠르게 확산되므로, 장기간의 민사 소송만으로는 피해 회복이 어렵다. 사망한 배우나 가수의 얼굴과 음성을 인공지능으로 재현하는 경우에도, 누가 어떤 방식으로 동의할 권한을 가지는지 뚜렷한 기준이 없다. 이런 공백은 별도 규율 필요성을 높이는 요소로 읽힌다.
4.3 미국의 입법 동향: 권리 중심 모델의 강화
미국은 전통적으로 퍼블리시티권 논의가 활발하게 발전한 국가이며, 주법 중심으로 다양한 보호 체계를 형성해 왔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인공지능 시대에도 기본적으로 권리 중심 모델 위에서 논의가 전개된다. 최근 연방 차원에서 논의된 NO FAKES Act는 동의 없는 디지털 복제 음성 및 외모 사용을 규율하려는 시도로 주목받고 있으며, 실존 인물의 식별 가능한 디지털 재현을 보다 직접적으로 다루려는 방향을 보여 준다. 또한 테네시주의 ELVIS Act는 음악 산업과 실연자 보호의 맥락에서 음성과 인격적 정체성의 보호를 강화한 사례로 언급된다.
미국 모델의 장점은 보호 대상과 사전 동의 원칙을 비교적 명시적으로 구조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손해배상과 금지 청구뿐 아니라 계약 질서, 산업 관행, 플랫폼 유통 통제와 연계된 대응도 가능하다. 다만 미국은 수정헌법 제1조의 전통이 강하므로, 보도와 패러디, 풍자, 전기적 표현과 같은 예외를 세밀하게 설계해야 한다. 즉 미국은 보호 강화와 표현의 자유 예외 설계가 동시에 발전하는 구조를 보인다.
4.4 유럽의 입법 동향: 규제·투명성 중심 모델
유럽연합과 유럽 각국은 미국처럼 퍼블리시티권을 중심축으로 삼기보다, 개인정보 보호와 인간 존엄, 기본권 균형, 인공지능의 투명성 확보라는 규제 철학에 더 무게를 둔다. EU AI Act 관련 논의에서 딥페이크와 합성 콘텐츠는 주로 고지와 투명성의 문제로 다루어지며, 이용자가 그것이 인공지능 생성물임을 알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된다. 이는 디지털 모사물 문제를 경제적 독점권 침해보다, 오인과 인권 침해를 줄이기 위한 정보 질서의 문제로 접근하는 경향을 보여 준다.
이 접근은 인격권과 개인정보 침해에 민감하고, 콘텐츠 생성 자체를 전면 금지하기보다 표시 의무와 유통 통제를 중시한다는 특징을 가진다. 따라서 플랫폼 사회에서 실효성이 있을 수 있지만, 실연자의 경제적 통제권을 강하게 보장하는 데는 미국보다 약할 수 있다. 유럽 모델은 누가 수익을 얻는가보다, 생성물이 어떤 방식으로 사회적 오인을 일으키고 어떤 기본권을 침해하는가에 더 초점을 둔다.
4.5 비교 결과의 패턴 정리
비교표와 국가별 해석을 종합하면 세 가지 패턴이 드러난다. 미국은 권리 중심 모델이다. 퍼블리시티권의 전통을 유지하면서 인공지능이 야기한 새로운 복제 가능성을 반영해 디지털 모사물 보호를 명시화하려 한다. 유럽은 규제·투명성 중심 모델이다. 인격권과 개인정보, 오인 방지, 플랫폼 질서를 중심으로 대응하며 배타적 권리보다 위험 통제와 고지를 중시한다. 한국은 분산 보호 모델이다. 기존 여러 규범이 부분적으로 작동하지만, 통합적 개념 정의와 집행 체계가 아직 미흡하다.
이 차이는 단순한 입법 기술의 차이가 아니다. 미국은 디지털 모사물을 실연자의 경제적 가치와 정체성 통제권 침해로 보는 경향이 강하고, 유럽은 인공지능이 생산한 허위 또는 혼동 가능 정보가 인간의 존엄과 정보 질서를 침해하는 문제로 본다. 한국은 이 둘 사이에서 체계적 정합성을 아직 충분히 마련하지 못한 상태로 이해할 수 있다.
5. 논의 및 결론
5.1 비교 결과의 해석
본 연구의 비교 결과는 디지털 모사물이 기존 퍼블리시티권과 분명한 연속성을 가지면서도, 단순한 연장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독자적 문제를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식별 가능한 음성과 외모의 재현, 실제 존재하지 않았던 발언과 실연의 생성, 플랫폼 기반 대량 유통, 직업 대체 효과는 전통적인 초상 무단 사용보다 훨씬 넓은 규제 수요를 만들어 낸다. 이 때문에 퍼블리시티권 확장은 중요한 출발점이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디지털 모사물은 한 사람의 인격과 경제적 이익을 동시에 침해할 수 있는 혼합형 대상이다. 따라서 법은 민법적 인격권 보호와 지식재산적 통제, 플랫폼 규제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더 나아가 이 논의는 연예 산업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사망자 데이터 재현, 정치인의 음성 합성, 공적 인물의 허위 발언 생성처럼 다른 영역으로도 확장될 수 있다. 이 점에서 디지털 모사물 규제는 인공지능 사회에서 인간 정체성의 법적 지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라는 더 넓은 질문의 출발점이 된다.
5.2 퍼블리시티권 확장과 별도 입법의 장단점
퍼블리시티권 확장 방식의 장점은 기존 법체계와의 연속성이 크고, 실연자와 산업 현장에 이미 익숙한 보호 논리를 활용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초상과 성명, 음성처럼 오랫동안 법적으로 문제 되어 온 인격 표지와 연결되므로, 상업적 무단 이용과 광고 오인, 라이선스 시장 침해와 같은 전형적 사례에는 비교적 명확하게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방식은 디지털 모사물의 특수성을 충분히 담기 어렵다. 디지털 모사물은 단순한 표지 사용이 아니라 새로운 콘텐츠 생성의 문제이므로, 보호 단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가 모호해진다. 또한 표시 의무와 삭제 의무, 유통 차단, 플랫폼 책임 같은 요소는 전통적 퍼블리시티권 법리에서 자연스럽게 도출되기 어렵다. 특히 사후 복제와 대량 생성에 따른 노동 대체 문제는 기존 구조의 주변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별도 입법 방식은 이러한 공백을 직접 다룰 수 있다. 디지털 모사물의 정의를 명확히 하고, 식별 가능성, 상업성, 동의 원칙, 예외 사유, 플랫폼 책임을 체계적으로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지 않은 가창과 연기를 생성해 배포하는 행위의 허위성도 보다 직접적으로 다룰 수 있다. 다만 별도 입법 역시 지나치게 넓게 설계되면 패러디와 예술적 표현, 보도까지 위축시킬 위험이 있다. 결국 별도 입법의 정당성은 강도가 아니라 경계 설정의 정교함에 달려 있다.
5.3 한국에 적합한 선택 기준
한국에서 어떤 방식을 선택할 것인지는 몇 가지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다. 첫째, 보호 대상의 복합성이다. 디지털 모사물이 초상과 성명만이 아니라 음성, 몸짓, 연기 스타일까지 포함한다면 기존 퍼블리시티권의 단순 확장만으로는 불명확성이 커진다. 둘째, 피해의 성격이다. 단순 광고 오인을 넘어 인격 훼손, 허위 발언 생성, 직업 대체 효과, 계약 협상력 약화가 나타난다면 보다 포괄적 규율이 필요하다. 셋째, 집행의 속도와 구조이다. 플랫폼을 통한 대량 확산을 신속히 차단해야 한다면 사후 손해배상만으로는 부족하고, 삭제 청구와 유통 통제 구조가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넷째, 표현의 자유와의 조정 가능성이다. 보도와 비평, 패러디, 역사적 재현과 같은 사회적으로 필요한 표현 영역은 명시적 예외로 보호되어야 한다.
이 기준에 비추어 보면 한국에 가장 적합한 방식은 기존 퍼블리시티권 논의를 정비하되, 디지털 모사물에 관한 특칙을 결합하는 혼합형 모델이라고 판단된다. 구체적으로는 식별 가능한 디지털 모사물의 법적 정의를 마련하고, 상업적 이용과 오인 가능성이 높은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명시적 사전 동의를 요구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사망한 인물의 경우에도 일정 범위에서 권리 승계 또는 관리 권한을 인정하되, 기간과 주체를 분명히 해야 한다. 동시에 보도와 비평, 교육과 연구, 공익적 기록과 같은 예외를 조문 수준에서 구체화해야 하며, 신속한 삭제 요청과 플랫폼 대응 의무를 포함한 집행 수단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5.4 연구의 한계와 후속 과제
본 연구는 고등학생 수준의 문헌 탐구로서 대표적인 입법 동향과 공개 자료를 중심으로 분석하였기 때문에, 각국의 세부 판례와 산업 현장의 계약 실무를 광범위하게 포괄하지는 못하였다. 특히 미국은 주법 체계가 다양하므로 일부 대표 입법례만으로 전체를 일반화하는 데 한계가 있고, 유럽 역시 회원국별 차이를 충분히 세분하여 다루기 어렵다. 한국의 경우도 향후 판례와 입법 논의의 전개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연구는 디지털 모사물 규제가 기존 퍼블리시티권 확장만으로 충분한지, 별도 입법이 필요한지를 비교법적으로 정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후속 탐구에서는 배우와 가수의 실제 계약서에 포함될 수 있는 AI 사용 동의 조항, 사후 퍼블리시티권의 보호 기간, 플랫폼의 자동 탐지와 삭제 책임, 정치적 허위 음성 생성과 민주주의 질서의 관계까지 확장해 볼 수 있다.
5.5 결론
인공지능이 생성한 디지털 모사물은 인간의 외모와 음성, 실연을 데이터화하여 재구성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초상 무단 사용과는 질적으로 다른 법적 문제를 낳는다. 한국과 외국의 입법 동향을 비교한 결과, 미국은 퍼블리시티권 전통을 바탕으로 권리 중심의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을 보였고, 유럽은 인간 존엄과 투명성 중심의 규제를 발전시키는 경향을 보였으며, 한국은 여러 법률과 판례에 분산된 보호 구조를 유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비교는 디지털 모사물 문제가 기존 권리의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동시에 별도의 정의와 집행 구조를 요구하는 새로운 영역임을 보여 준다.
따라서 한국은 퍼블리시티권을 명확히 정비하는 작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디지털 모사물에 특화된 정의, 동의 원칙, 사후 보호, 예외 조항, 플랫폼 책임을 포함한 특칙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이는 기술 발전을 단순히 억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인격과 노동, 표현의 자유와 공익적 정보 유통을 균형 있게 조정하기 위한 법치주의적 대응이다. 디지털 모사물 규제는 새로운 권리 하나를 더하는 문제가 아니라,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의 정체성과 사회적 신뢰를 어떤 법적 장치로 보호할 것인가를 묻는 제도 설계의 문제라고 정리할 수 있다.
참고문헌
[1] Congress.gov. (2025). H.R.2794 - NO FAKES Act of 2025. https://www.congress.gov/bill/119th-congress/house-bill/2794/text
[2] EU Artificial Intelligence Act. (n.d.). Article 5: Prohibited AI Practices. https://artificialintelligenceact.eu/article/5/
[3] International Bar Association. (n.d.). Deepfakes – can the AI Act protect Europe? https://www.ibanet.org/deepfakes-can-the-ai-act-protect-europe
[4] Reuters. (2024, March 21). Tennessee becomes first US state with law protecting musicians from AI. https://www.reuters.com/legal/tennessee-becomes-first-us-state-with-law-protecting-musicians-ai-2024-03-21/
[5] 한국저작권위원회. (2025). 2025-5 [미국] 인공지능(AI) 관련 미국의 퍼블리시티권 입법 동향. https://www.copyright.or.kr/information-materials/trend/the-copyright/view.do?brdctsno=54779
[6] 한국저작권위원회. (2025). 미국의 2025년 디지털 모사 보호 법안. https://www.copyright.or.kr/information-materials/trend/the-copyright/download.do?brdctsno=54723&brdctsfileno=26232
[7] 한국학술지인용색인. (n.d.). AI와 퍼블리시티권: 디지털 모사권의 입법 방향.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3317030
[8] Inha University Institutional Repository. (n.d.). AI와 퍼블리시티권: 디지털 모사권의 입법 방향. https://ils.inha.ac.kr/bbs/ils/3464/174281/download.do
활동 요약 (자기평가서)
생성형 인공지능이 실제 가수와 배우가 하지 않은 가창과 연기를 정교하게 만들어 내는 상황을 보며, 이를 기존 퍼블리시티권만으로 다룰 수 있는지 의문을 가지고 탐구를 진행함. 한국과 미국, 유럽의 자료를 바탕으로 디지털 모사물 규제 방식을 비교하기 위해 보호 대상, 규율 방식, 동의 요건, 사후 보호, 예외 조항, 집행 방식의 여섯 기준을 세워 비교표를 직접 구성함. 한국은 민법, 판례, 저작권법, 부정경쟁방지법이 부분적으로 작동하지만 통합적 기준이 부족하다는 점을 정리하고, 미국은 NO FAKES Act와 ELVIS Act 논의를 통해 권리 중심 보호를 강화하는 흐름을 확인함. 유럽은 AI Act 관련 논의를 살피며 투명성과 인권 보호를 중시하는 규제 철학을 비교함. 이를 종합하여 한국은 기존 퍼블리시티권 논의를 정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디지털 모사물의 정의와 사전 동의, 예외, 플랫폼 책임을 포함한 특칙을 결합하는 혼합형 모델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함. 정치와 법에서 배운 기본권 충돌 조정과 법치주의의 의미를 실제 기술 규제 문제에 적용해 보며, 제도 선택의 기준이 단순한 찬반이 아니라 보호 범위와 예외 설계의 정밀성에 달려 있음을 구체적으로 확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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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기반 디지털 모사물 규제에서 퍼블리시티권 확장과 별도 입법의 선택 기준: 한국·미국·유럽의 입법 동향 비교와 한국형 혼합 규율 모델의 제안
인공지능 기반 디지털 모사물 규제에서 퍼블리시티권 확장과 별도 입법의 선택 기준: 한국·미국·유럽의 입법 동향 비교와 한국형 혼합 규율 모델의 제안
1. 서론
1.1 탐구 동기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은 실제 가수나 배우가 하지 않은 노래와 연기, 광고 출연 장면까지 정교하게 만들어 낼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과거에는 유명인의 사진이나 이름을 무단으로 광고에 사용하는 문제가 주로 논의되었다면, 이제는 목소리와 표정, 말투와 연기 리듬까지 학습한 뒤 새로운 실연을 만들어 유통하는 일이 현실의 법적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물은 흔히 디지털 모사물이라 불리며, 단순한 모방이나 패러디와 달리 일반인이 실제 당사자의 참여나 동의를 오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복합적인 쟁점을 낳는다. 특히 디지털 모사물은 한 사람의 외모나 음성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당사자가 실제로 하지 않은 발언과 가창, 연기를 마치 사실처럼 보이게 만들 수 있어 인격 훼손과 경제적 손실, 직업 기회 감소의 우려가 동시에 제기된다.
정치와 법 과목에서 배우는 기본권 보장, 법치주의, 권리 충돌의 조정, 새로운 사회문제에 대한 입법 형성의 과정은 이 문제와 긴밀하게 연결된다. 디지털 모사물 문제에서는 한편으로 인격권, 직업의 자유, 재산적 이익 보호, 인간의 존엄성이 놓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표현의 자유, 예술의 자유, 기술 혁신의 자유가 놓인다. 따라서 법은 어느 한쪽을 단순히 우선시하기보다, 무엇을 보호 대상으로 삼고 어떤 경우에 동의를 요구하며 어디까지 예외를 인정할 것인지 정교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기존의 퍼블리시티권 법리만 확장하면 충분한지, 아니면 디지털 모사물의 기술적 특수성을 반영한 별도의 입법이 필요한지는 바로 이러한 조정의 핵심 질문이다.
이 주제를 탐구 대상으로 삼은 까닭은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 법이 기존 권리 체계를 해석으로 넓혀 대응하는지, 아니면 새로운 권리와 규제 구조를 별도로 설계하는지를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모사물은 초상과 성명 같은 전통적 인격 표지의 무단 사용과 닮아 있으면서도, 실제 존재하지 않았던 실연을 인공지능이 생성한다는 점에서 더 넓은 문제를 포함한다. 따라서 한국과 외국의 입법 동향을 함께 검토하면, 어떤 제도 설계가 기술 변화에 더 적합한지 판단할 수 있다고 보았다.
1.2 연구 목적
본 연구의 목적은 인공지능 기반 디지털 모사물에 대한 법적 규율 방식을 비교하여, 퍼블리시티권 확장과 별도 입법 가운데 어떤 접근이 더 타당한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첫째, 디지털 모사물이 기존 인격권 및 퍼블리시티권 법리와 어떤 점에서 연결되고 어떤 점에서 구별되는지 정리한다. 둘째, 한국의 현행 법체계가 디지털 모사물로 인한 인격적·경제적 피해를 어느 범위까지 보호할 수 있는지 검토한다. 셋째, 미국과 유럽의 최근 입법 동향을 비교하여 보호 대상, 규율 방식, 동의 요건, 사후 보호, 예외 조항, 집행 방식의 차이를 분석한다. 넷째, 이 비교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에서 실효성과 권리 균형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입법 방향을 제안한다.
이 연구는 단순히 각국 제도를 나란히 소개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오히려 기술 변화 앞에서 법이 어떤 기준으로 기존 권리 체계를 확장하고, 어떤 경우에 별도의 규범을 창설하는지가 드러나는지를 살피는 데 의미가 있다. 이는 정치와 법 교과에서 다루는 제도 설계와 기본권 조정의 논리를 실제 사례에 적용해 보는 탐구이기도 하다.
1.3 연구 질문
본 연구는 다음 세 질문을 중심으로 전개하였다. 첫째, 디지털 모사물은 기존 퍼블리시티권의 확장만으로 충분히 규율될 수 있는가. 둘째, 한국과 외국은 디지털 모사물을 어떤 법적 개념과 제도 구조로 보호하려 하고 있는가. 셋째, 한국에서 적절한 규율 방식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어떤 판단 기준이 필요한가.
1.4 연구 범위와 제한
본 연구는 인공지능이 생성한 가수와 배우 등 실연자의 음성, 외모, 동작, 연기 재현 사례를 중심으로 다룬다. 따라서 일반적인 딥페이크 범죄 전체나 저작권 전반을 포괄하지 않고, 디지털 모사물 규제와 퍼블리시티권 또는 인격권 보호의 접점을 중심으로 범위를 제한하였다. 비교 대상은 한국, 미국, 유럽으로 한정하였으며, 세부 판례를 전면적으로 망라하기보다 최근의 입법 동향과 제도 설계 방향을 보여주는 자료에 집중하였다.
2. 이론적 배경
2.1 교과 연계와 법치주의적 관점
정치와 법에서 법은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강제 규범이면서 동시에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장치로 이해된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법은 먼저 기존 규범의 해석을 넓혀 대응할 수 있고, 그 방식만으로는 부족할 경우 새로운 입법을 통해 보호 구조를 설계할 수 있다. 디지털 모사물 문제는 바로 이 두 길이 동시에 제기되는 사례이다. 인간의 성명과 초상, 음성과 같은 인격 표지가 데이터로 변환되고, 이를 바탕으로 실제와 유사한 새로운 표현물이 생성된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권리 구도가 흔들린다. 따라서 단순한 사생활 보호나 명예훼손 법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인격권과 재산적 이익, 표현의 자유와 공익적 정보 유통이라는 복합적 틀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법치주의의 관점에서 보면 규제는 추상적 구호가 아니라 예측 가능한 기준을 가져야 한다. 디지털 모사물 규제에서도 무엇이 보호 대상인지, 어느 경우에 사전 동의가 필요한지, 보도와 비평, 패러디와 교육적 이용에 대한 예외는 어디까지 인정되는지, 금지 청구와 손해배상, 삭제 요청은 어떤 요건에서 가능한지가 분명해야 한다. 기준이 지나치게 모호하면 권리자는 구제를 받기 어렵고, 반대로 기준이 지나치게 넓으면 합법적 창작과 비평까지 위축될 수 있다. 결국 핵심은 규제의 강도보다 규범의 정밀성에 있다.
2.2 퍼블리시티권의 개념과 기능
퍼블리시티권은 일반적으로 개인의 성명, 초상, 음성, 서명, 캐릭터적 이미지 등 인격 표지가 가지는 경제적 가치를 스스로 통제하고 이용을 허락할 수 있는 권리로 이해된다. 이 권리는 특히 대중적 인지도를 가진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방송인에게 중요하게 작동해 왔다. 이들의 인격 표지는 단순한 자연적 특성이 아니라 사회적 명성과 노동의 축적을 통해 형성된 경제적 자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3자가 이를 무단으로 상업적으로 이용하면, 당사자는 자신의 명성과 시장 가치에 대한 통제력을 잃게 된다.
퍼블리시티권은 인격권적 측면과 재산권적 측면을 동시에 지닌다. 인격권적 측면에서는 자신의 동일성과 결부된 표지가 함부로 이용되지 않을 통제권이 강조된다. 재산권적 측면에서는 광고와 방송, 공연과 라이선싱 계약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경제적 자산이라는 점이 강조된다. 이 이중성은 디지털 모사물 문제에서 더욱 중요해진다. 왜냐하면 인공지능이 만든 가창이나 연기는 단순히 시장 가치만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하지 않은 실연이 당사자의 정체성과 결합되어 유통되기 때문이다.
다만 퍼블리시티권에는 한계도 있다. 국가마다 인정 범위와 법적 근거가 다르고, 전통적 논의는 대체로 초상과 성명, 음성의 상업적 오인 이용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그러나 생성형 인공지능은 전혀 새로운 장면과 음성을 만들어 내므로, 기존 퍼블리시티권의 보호 단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가 불명확해진다. 얼굴만인가, 목소리도 포함하는가, 몸짓과 연기 스타일까지 포함하는가, 단순한 닮음과 식별 가능한 복제는 어떻게 구분하는가와 같은 문제가 생긴다. 이 지점이 별도 입법론이 등장하는 배경이다.
2.3 디지털 모사물의 개념과 법적 특수성
디지털 모사물은 실존 인물의 식별 가능한 외모, 음성, 동작, 말투, 연기 톤, 퍼포먼스 양식 등을 디지털 기술이나 인공지능으로 재현하거나 생성한 결과물을 의미한다. 여기서 핵심은 단순한 유사성이 아니라, 일반인이 당사자를 연상하거나 실제 참여를 오인할 정도의 식별 가능성이다. 미국 입법 논의에서는 digital replica라는 용어가 자주 사용되며, 본 연구에서는 이를 디지털 모사물이라는 표현으로 통일하였다.
디지털 모사물은 기존 초상권 침해와 비교할 때 몇 가지 점에서 특수하다. 첫째, 실제 촬영이나 녹음이 없어도 생성이 가능하다. 둘째, 복제 범위가 넓다. 얼굴 이미지뿐 아니라 표정의 전개, 발성 습관, 창법, 연기 템포까지 재현할 수 있다. 셋째, 대량 생성과 유통 속도가 매우 빠르다. 플랫폼을 통해 유사 콘텐츠가 동시에 퍼질 수 있어 사후적 손해배상만으로는 피해 회복이 어렵다. 넷째, 경제적 대체 효과가 크다. 제작자는 실제 배우나 가수를 섭외하지 않고도 비슷한 소비 효과를 얻을 수 있어 당사자의 직업 기회와 협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이러한 특수성 때문에 디지털 모사물은 단순한 인격 침해를 넘어 노동시장과 계약 질서, 플랫폼 책임 구조까지 함께 건드린다. 따라서 정의 규정, 동의 원칙, 금지 청구, 표시 의무, 유통 통제, 예외 사유를 포괄하는 종합 설계가 필요해진다.
2.4 표현의 자유와 권리 보호의 충돌
디지털 모사물 규제는 필요성이 크다고 해서 전면적 금지로 해결될 수 없다. 민주사회에서 표현의 자유와 예술의 자유는 핵심적 기본권이다. 공적 인물에 대한 풍자와 패러디, 보도와 다큐멘터리, 역사적 재현은 일정 범위에서 넓게 보장되어야 한다. 만약 법이 디지털 모사물의 정의를 지나치게 넓게 설정하고 예외를 협소하게 두면, 정당한 창작과 공익적 표현까지 위축될 수 있다. 반대로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동의 없는 인격 재현을 폭넓게 허용하면, 실연자의 명성과 노동이 무단으로 소비되고 허위 정보와 오인이 확대된다. 결국 법은 상업성, 오인 가능성, 식별 가능성, 해악의 정도, 공익성, 변형성 등을 기준으로 세분화된 판단 구조를 가져야 한다.
3. 연구 방법
3.1 연구 설계
본 연구는 문헌 조사와 비교법 분석을 결합한 질적 탐구이다. 연구 질문에 답하기 위해 크게 세 단계를 거쳤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퍼블리시티권과 디지털 모사물의 개념적 관계를 검토하였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한국, 미국, 유럽의 규율 방식을 일정한 비교 기준 아래 표로 정리하였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비교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형 입법 방향을 논의하였다. 이 연구는 실험이나 설문보다 법제 비교와 규범적 해석이 중심이므로, 연구 방법에서 무엇을 어떤 기준으로 비교했는지가 중요하다.
3.2 자료와 선정 기준
자료는 공신력과 최신성, 접근 가능성을 기준으로 선정하였다. 한국 자료로는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제공한 해외 저작권 동향 자료와 KCI 수록 논문, 대학 기관 리포지터리 자료를 활용하였다. 미국 자료로는 미국 의회 공식 사이트에 공개된 NO FAKES Act 법안 원문과, 테네시주의 ELVIS Act 관련 기사 및 해설 자료를 참고하였다. 유럽 자료로는 EU AI Act 관련 공개 설명 자료와 국제 법조계 단체의 해설 자료를 활용하였다. 기사 자료는 정책 흐름을 파악하는 보조 자료로 제한적으로 사용했고, 법안 원문과 공공기관 자료를 우선 검토하였다.
또한 확인이 어려운 온라인 2차 요약문은 제외하였고, 디지털 모사물과 직접 연결되지 않은 일반 딥페이크 범죄 자료는 초점을 흐릴 수 있어 최소한으로만 참조하였다. 이와 같은 제한은 탐구 범위를 선명하게 유지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3.3 비교 기준과 분석 절차
비교 기준은 여섯 가지로 설정하였다. 첫째, 보호 대상이다. 성명과 초상, 음성에 그치는지, 동작과 연기 스타일 등 확장된 인격 표현까지 포함하는지를 살폈다. 둘째, 규율 방식이다. 기존 퍼블리시티권의 확장인지, 디지털 모사물에 특화된 별도 입법인지, 또는 개인정보·AI 투명성 중심의 간접 규율인지 구분하였다. 셋째, 동의 요건이다. 이용 이전의 명시적 동의를 요구하는지, 계약에 의한 포괄적 허락이 가능한지, 동의 없는 이용을 어떤 범위에서 금지하는지 확인하였다. 넷째, 사후 보호이다. 사망한 인물에 대해서도 일정 기간 권리를 인정하는지 살폈다. 다섯째, 예외 조항이다. 보도와 패러디, 풍자, 역사적·전기적 표현, 공익적 이용에 대한 예외가 확보되어 있는지 검토하였다. 여섯째, 집행 방식이다. 손해배상과 금지 청구, 삭제 요청, 플랫폼 책임, 표시 의무 등 구제 수단의 다양성을 비교하였다.
분석 절차는 먼저 각국 자료에서 핵심 제도 요소를 추출하여 비교표를 작성한 뒤, 표에서 드러난 차이를 권리 중심 모델, 규제·투명성 중심 모델, 분산 보호 모델이라는 세 범주로 해석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이때 표의 차이를 단순한 우열 비교가 아니라, 각국이 디지털 모사물을 무엇으로 이해하는지의 차이로 읽으려 하였다.
4. 결과
4.1 국가별 입법 비교표
| 비교 기준 | 한국 | 미국 | 유럽 |
|---|---|---|---|
| 보호 대상 | 초상, 성명, 음성 등에 대한 보호가 민법, 판례, 개별 법률에 분산되어 있으며 디지털 모사물 자체를 통합적으로 정의한 명문 규정은 제한적이다. | 음성, 이미지, 디지털 복제물 등 식별 가능한 인격 표현을 명시적으로 규율하려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 디지털 모사물 자체의 독점권보다 인격권, 개인정보, 딥페이크 표시와 투명성 문제를 중심으로 접근한다. |
| 규율 방식 | 퍼블리시티권 법제화가 완결되지 않았고 기존 법률의 조합과 판례 해석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 주법상의 퍼블리시티권 전통을 토대로 AI 대응 입법을 추가하거나 연방 차원의 별도 법안을 추진한다. | 퍼블리시티권 확장보다 AI 규제, 개인정보 보호, 인권 보호 규범을 통한 간접 규율 비중이 높다. |
| 동의 요건 | 통합적 명문 기준이 부족하여 사전 동의의 범위와 방식이 분야별로 불명확하다. | 사전 동의와 무단 사용 금지를 비교적 명시적으로 규정하려는 입법 흐름이 나타난다. | 동의 개념과 함께 생성물의 고지, 투명성, 오인 방지 장치가 강조된다. |
| 사후 보호 | 사망 후 권리의 주체와 기간에 대한 체계적 명문화가 약하다. | 일부 주법에서 사후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며, 디지털 복제 보호와 연계하려는 논의가 활발하다. | 회원국별 편차가 크며 통일적인 사후 보호 체계는 상대적으로 약하다. |
| 예외 조항 | 보도, 비평, 예술 표현에 대한 기준이 법률 전반에 분산되어 있다. | 표현의 자유와의 균형을 고려하여 패러디, 보도, 공익적 표현 예외를 함께 논의한다. | 공익, 정보 제공, 기본권 균형을 중시하며 전면 금지보다 조정 모델을 선호한다. |
| 집행 방식 | 민사상 손해배상과 금지 청구 가능성이 논의되나 삭제 요청과 플랫폼 책임의 체계화는 미흡하다. | 손해배상, 금지 청구, 유통 제한, 계약 기반 통제 등 집행 수단의 다양화가 추진된다. | 표시 의무, 플랫폼 규제, 개인정보 보호 집행 구조를 통한 통제가 상대적으로 강조된다. |
표 1 해설 위 비교표는 디지털 모사물 규제가 각국에서 서로 다른 법적 언어로 설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은 권리 침해의 측면을 강하게 전면화하고 있고, 유럽은 정보 질서와 인권 보호의 측면을 상대적으로 앞세우며, 한국은 여러 규범이 부분적으로 작동하는 가운데 통합적 기준이 부족한 상태에 가깝다.
4.2 한국의 입법 현황과 공백
한국에서는 디지털 모사물을 정면으로 정의하고 통합적으로 규율하는 독립 법제가 아직 충분히 정비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실무적으로는 민법상 인격권 보호, 초상과 성명의 무단 이용에 대한 불법행위 책임, 부정경쟁방지법상 성과 모용 관련 규정, 저작권법상 실연 보호와 같은 여러 규범이 부분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규범들은 보호 대상과 요건이 서로 다르므로, 인공지능이 생성한 음성·영상 복제물의 광범위한 문제를 일관되게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저작권법은 실연과 저작물의 보호에 강점을 가지지만, 실존 인물의 얼굴이나 목소리 자체를 일반적으로 포괄하는 제도는 아니다. 부정경쟁방지법은 타인의 성과를 공정한 상거래 관행에 반하여 이용하는 행위를 규율할 수 있으나, 모든 디지털 모사물이 경쟁 질서 침해라는 틀에만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민법상 인격권은 피해 구제의 중요한 도구이지만, 디지털 모사물의 정의와 식별 가능성 기준, 플랫폼상의 대량 유통 책임까지 구체적으로 다루지는 못한다. 결국 한국은 분산 보호 모델에 가깝고, 해석론에 의존하는 영역이 넓다.
이 구조는 실질적 문제를 낳는다. 권리자와 이용자 모두 예측 가능성이 낮아 어떤 사용이 허용되고 금지되는지 분명하지 않다. 또한 디지털 모사물은 플랫폼에서 빠르게 확산되므로, 장기간의 민사 소송만으로는 피해 회복이 어렵다. 사망한 배우나 가수의 얼굴과 음성을 인공지능으로 재현하는 경우에도, 누가 어떤 방식으로 동의할 권한을 가지는지 뚜렷한 기준이 없다. 이런 공백은 별도 규율 필요성을 높이는 요소로 읽힌다.
4.3 미국의 입법 동향: 권리 중심 모델의 강화
미국은 전통적으로 퍼블리시티권 논의가 활발하게 발전한 국가이며, 주법 중심으로 다양한 보호 체계를 형성해 왔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인공지능 시대에도 기본적으로 권리 중심 모델 위에서 논의가 전개된다. 최근 연방 차원에서 논의된 NO FAKES Act는 동의 없는 디지털 복제 음성 및 외모 사용을 규율하려는 시도로 주목받고 있으며, 실존 인물의 식별 가능한 디지털 재현을 보다 직접적으로 다루려는 방향을 보여 준다. 또한 테네시주의 ELVIS Act는 음악 산업과 실연자 보호의 맥락에서 음성과 인격적 정체성의 보호를 강화한 사례로 언급된다.
미국 모델의 장점은 보호 대상과 사전 동의 원칙을 비교적 명시적으로 구조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손해배상과 금지 청구뿐 아니라 계약 질서, 산업 관행, 플랫폼 유통 통제와 연계된 대응도 가능하다. 다만 미국은 수정헌법 제1조의 전통이 강하므로, 보도와 패러디, 풍자, 전기적 표현과 같은 예외를 세밀하게 설계해야 한다. 즉 미국은 보호 강화와 표현의 자유 예외 설계가 동시에 발전하는 구조를 보인다.
4.4 유럽의 입법 동향: 규제·투명성 중심 모델
유럽연합과 유럽 각국은 미국처럼 퍼블리시티권을 중심축으로 삼기보다, 개인정보 보호와 인간 존엄, 기본권 균형, 인공지능의 투명성 확보라는 규제 철학에 더 무게를 둔다. EU AI Act 관련 논의에서 딥페이크와 합성 콘텐츠는 주로 고지와 투명성의 문제로 다루어지며, 이용자가 그것이 인공지능 생성물임을 알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된다. 이는 디지털 모사물 문제를 경제적 독점권 침해보다, 오인과 인권 침해를 줄이기 위한 정보 질서의 문제로 접근하는 경향을 보여 준다.
이 접근은 인격권과 개인정보 침해에 민감하고, 콘텐츠 생성 자체를 전면 금지하기보다 표시 의무와 유통 통제를 중시한다는 특징을 가진다. 따라서 플랫폼 사회에서 실효성이 있을 수 있지만, 실연자의 경제적 통제권을 강하게 보장하는 데는 미국보다 약할 수 있다. 유럽 모델은 누가 수익을 얻는가보다, 생성물이 어떤 방식으로 사회적 오인을 일으키고 어떤 기본권을 침해하는가에 더 초점을 둔다.
4.5 비교 결과의 패턴 정리
비교표와 국가별 해석을 종합하면 세 가지 패턴이 드러난다. 미국은 권리 중심 모델이다. 퍼블리시티권의 전통을 유지하면서 인공지능이 야기한 새로운 복제 가능성을 반영해 디지털 모사물 보호를 명시화하려 한다. 유럽은 규제·투명성 중심 모델이다. 인격권과 개인정보, 오인 방지, 플랫폼 질서를 중심으로 대응하며 배타적 권리보다 위험 통제와 고지를 중시한다. 한국은 분산 보호 모델이다. 기존 여러 규범이 부분적으로 작동하지만, 통합적 개념 정의와 집행 체계가 아직 미흡하다.
이 차이는 단순한 입법 기술의 차이가 아니다. 미국은 디지털 모사물을 실연자의 경제적 가치와 정체성 통제권 침해로 보는 경향이 강하고, 유럽은 인공지능이 생산한 허위 또는 혼동 가능 정보가 인간의 존엄과 정보 질서를 침해하는 문제로 본다. 한국은 이 둘 사이에서 체계적 정합성을 아직 충분히 마련하지 못한 상태로 이해할 수 있다.
5. 논의 및 결론
5.1 비교 결과의 해석
본 연구의 비교 결과는 디지털 모사물이 기존 퍼블리시티권과 분명한 연속성을 가지면서도, 단순한 연장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독자적 문제를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식별 가능한 음성과 외모의 재현, 실제 존재하지 않았던 발언과 실연의 생성, 플랫폼 기반 대량 유통, 직업 대체 효과는 전통적인 초상 무단 사용보다 훨씬 넓은 규제 수요를 만들어 낸다. 이 때문에 퍼블리시티권 확장은 중요한 출발점이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디지털 모사물은 한 사람의 인격과 경제적 이익을 동시에 침해할 수 있는 혼합형 대상이다. 따라서 법은 민법적 인격권 보호와 지식재산적 통제, 플랫폼 규제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더 나아가 이 논의는 연예 산업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사망자 데이터 재현, 정치인의 음성 합성, 공적 인물의 허위 발언 생성처럼 다른 영역으로도 확장될 수 있다. 이 점에서 디지털 모사물 규제는 인공지능 사회에서 인간 정체성의 법적 지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라는 더 넓은 질문의 출발점이 된다.
5.2 퍼블리시티권 확장과 별도 입법의 장단점
퍼블리시티권 확장 방식의 장점은 기존 법체계와의 연속성이 크고, 실연자와 산업 현장에 이미 익숙한 보호 논리를 활용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초상과 성명, 음성처럼 오랫동안 법적으로 문제 되어 온 인격 표지와 연결되므로, 상업적 무단 이용과 광고 오인, 라이선스 시장 침해와 같은 전형적 사례에는 비교적 명확하게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방식은 디지털 모사물의 특수성을 충분히 담기 어렵다. 디지털 모사물은 단순한 표지 사용이 아니라 새로운 콘텐츠 생성의 문제이므로, 보호 단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가 모호해진다. 또한 표시 의무와 삭제 의무, 유통 차단, 플랫폼 책임 같은 요소는 전통적 퍼블리시티권 법리에서 자연스럽게 도출되기 어렵다. 특히 사후 복제와 대량 생성에 따른 노동 대체 문제는 기존 구조의 주변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별도 입법 방식은 이러한 공백을 직접 다룰 수 있다. 디지털 모사물의 정의를 명확히 하고, 식별 가능성, 상업성, 동의 원칙, 예외 사유, 플랫폼 책임을 체계적으로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지 않은 가창과 연기를 생성해 배포하는 행위의 허위성도 보다 직접적으로 다룰 수 있다. 다만 별도 입법 역시 지나치게 넓게 설계되면 패러디와 예술적 표현, 보도까지 위축시킬 위험이 있다. 결국 별도 입법의 정당성은 강도가 아니라 경계 설정의 정교함에 달려 있다.
5.3 한국에 적합한 선택 기준
한국에서 어떤 방식을 선택할 것인지는 몇 가지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다. 첫째, 보호 대상의 복합성이다. 디지털 모사물이 초상과 성명만이 아니라 음성, 몸짓, 연기 스타일까지 포함한다면 기존 퍼블리시티권의 단순 확장만으로는 불명확성이 커진다. 둘째, 피해의 성격이다. 단순 광고 오인을 넘어 인격 훼손, 허위 발언 생성, 직업 대체 효과, 계약 협상력 약화가 나타난다면 보다 포괄적 규율이 필요하다. 셋째, 집행의 속도와 구조이다. 플랫폼을 통한 대량 확산을 신속히 차단해야 한다면 사후 손해배상만으로는 부족하고, 삭제 청구와 유통 통제 구조가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넷째, 표현의 자유와의 조정 가능성이다. 보도와 비평, 패러디, 역사적 재현과 같은 사회적으로 필요한 표현 영역은 명시적 예외로 보호되어야 한다.
이 기준에 비추어 보면 한국에 가장 적합한 방식은 기존 퍼블리시티권 논의를 정비하되, 디지털 모사물에 관한 특칙을 결합하는 혼합형 모델이라고 판단된다. 구체적으로는 식별 가능한 디지털 모사물의 법적 정의를 마련하고, 상업적 이용과 오인 가능성이 높은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명시적 사전 동의를 요구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사망한 인물의 경우에도 일정 범위에서 권리 승계 또는 관리 권한을 인정하되, 기간과 주체를 분명히 해야 한다. 동시에 보도와 비평, 교육과 연구, 공익적 기록과 같은 예외를 조문 수준에서 구체화해야 하며, 신속한 삭제 요청과 플랫폼 대응 의무를 포함한 집행 수단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5.4 연구의 한계와 후속 과제
본 연구는 고등학생 수준의 문헌 탐구로서 대표적인 입법 동향과 공개 자료를 중심으로 분석하였기 때문에, 각국의 세부 판례와 산업 현장의 계약 실무를 광범위하게 포괄하지는 못하였다. 특히 미국은 주법 체계가 다양하므로 일부 대표 입법례만으로 전체를 일반화하는 데 한계가 있고, 유럽 역시 회원국별 차이를 충분히 세분하여 다루기 어렵다. 한국의 경우도 향후 판례와 입법 논의의 전개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연구는 디지털 모사물 규제가 기존 퍼블리시티권 확장만으로 충분한지, 별도 입법이 필요한지를 비교법적으로 정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후속 탐구에서는 배우와 가수의 실제 계약서에 포함될 수 있는 AI 사용 동의 조항, 사후 퍼블리시티권의 보호 기간, 플랫폼의 자동 탐지와 삭제 책임, 정치적 허위 음성 생성과 민주주의 질서의 관계까지 확장해 볼 수 있다.
5.5 결론
인공지능이 생성한 디지털 모사물은 인간의 외모와 음성, 실연을 데이터화하여 재구성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초상 무단 사용과는 질적으로 다른 법적 문제를 낳는다. 한국과 외국의 입법 동향을 비교한 결과, 미국은 퍼블리시티권 전통을 바탕으로 권리 중심의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을 보였고, 유럽은 인간 존엄과 투명성 중심의 규제를 발전시키는 경향을 보였으며, 한국은 여러 법률과 판례에 분산된 보호 구조를 유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비교는 디지털 모사물 문제가 기존 권리의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동시에 별도의 정의와 집행 구조를 요구하는 새로운 영역임을 보여 준다.
따라서 한국은 퍼블리시티권을 명확히 정비하는 작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디지털 모사물에 특화된 정의, 동의 원칙, 사후 보호, 예외 조항, 플랫폼 책임을 포함한 특칙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이는 기술 발전을 단순히 억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인격과 노동, 표현의 자유와 공익적 정보 유통을 균형 있게 조정하기 위한 법치주의적 대응이다. 디지털 모사물 규제는 새로운 권리 하나를 더하는 문제가 아니라,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의 정체성과 사회적 신뢰를 어떤 법적 장치로 보호할 것인가를 묻는 제도 설계의 문제라고 정리할 수 있다.
참고문헌
[1] Congress.gov. (2025). H.R.2794 - NO FAKES Act of 2025. https://www.congress.gov/bill/119th-congress/house-bill/2794/text
[2] EU Artificial Intelligence Act. (n.d.). Article 5: Prohibited AI Practices. https://artificialintelligenceact.eu/article/5/
[3] International Bar Association. (n.d.). Deepfakes – can the AI Act protect Europe? https://www.ibanet.org/deepfakes-can-the-ai-act-protect-europe
[4] Reuters. (2024, March 21). Tennessee becomes first US state with law protecting musicians from AI. https://www.reuters.com/legal/tennessee-becomes-first-us-state-with-law-protecting-musicians-ai-2024-03-21/
[5] 한국저작권위원회. (2025). 2025-5 [미국] 인공지능(AI) 관련 미국의 퍼블리시티권 입법 동향. https://www.copyright.or.kr/information-materials/trend/the-copyright/view.do?brdctsno=54779
[6] 한국저작권위원회. (2025). 미국의 2025년 디지털 모사 보호 법안. https://www.copyright.or.kr/information-materials/trend/the-copyright/download.do?brdctsno=54723&brdctsfileno=26232
[7] 한국학술지인용색인. (n.d.). AI와 퍼블리시티권: 디지털 모사권의 입법 방향.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3317030
[8] Inha University Institutional Repository. (n.d.). AI와 퍼블리시티권: 디지털 모사권의 입법 방향. https://ils.inha.ac.kr/bbs/ils/3464/174281/download.do
활동 요약 (자기평가서)
생성형 인공지능이 실제 가수와 배우가 하지 않은 가창과 연기를 정교하게 만들어 내는 상황을 보며, 이를 기존 퍼블리시티권만으로 다룰 수 있는지 의문을 가지고 탐구를 진행함. 한국과 미국, 유럽의 자료를 바탕으로 디지털 모사물 규제 방식을 비교하기 위해 보호 대상, 규율 방식, 동의 요건, 사후 보호, 예외 조항, 집행 방식의 여섯 기준을 세워 비교표를 직접 구성함. 한국은 민법, 판례, 저작권법, 부정경쟁방지법이 부분적으로 작동하지만 통합적 기준이 부족하다는 점을 정리하고, 미국은 NO FAKES Act와 ELVIS Act 논의를 통해 권리 중심 보호를 강화하는 흐름을 확인함. 유럽은 AI Act 관련 논의를 살피며 투명성과 인권 보호를 중시하는 규제 철학을 비교함. 이를 종합하여 한국은 기존 퍼블리시티권 논의를 정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디지털 모사물의 정의와 사전 동의, 예외, 플랫폼 책임을 포함한 특칙을 결합하는 혼합형 모델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함. 정치와 법에서 배운 기본권 충돌 조정과 법치주의의 의미를 실제 기술 규제 문제에 적용해 보며, 제도 선택의 기준이 단순한 찬반이 아니라 보호 범위와 예외 설계의 정밀성에 달려 있음을 구체적으로 확인함.
전교 1등 수준 탐구보고서 나도 직접 써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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